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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이름, 하나의 약속
열아홉 살 유나는 서랍 깊숙한 곳에서 먼지 쌓인 붉은색 여권을 꺼냈다. 표지 한가운데 선명하게 찍힌 국화 문양(菊紋). 그것은 일본 여권이었다. 하지만 유효기간은 이미 2년 전에 끝나 있었다.
"유나야, 그거 아직도 가지고 있었어?"
어머니가 방문을 열며 물었다. 어머니는 오사카 출신이었고, 아버지는 한국인이었다. 유나는 태어나면서부터 두 개의 국적, 두 개의 이름을 가지고 살았다. 학교에서는 '김유나'였지만, 외가에 갈 때면 '다나카 유나'가 되었다.
"엄마, 나 이제 성인이잖아. 국적 선택하라는 우편물이 왔어."
유나는 식탁 위에 놓인 법무부 안내문을 가리켰다. [국적선택의무 기간 안내]. 글자 하나하나가 무겁게 다가왔다. 한국 친구들과 똑같이 수능을 치르고 대학에 입학했지만, 법적으로 유나는 여전히 경계인(境界人)이었다.
"한국 국적만 남길 거니?"
어머니의 목소리에 섭섭함이 묻어났다. 유나도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방학 때마다 찾아가던 오사카의 외할머니, 다다미방의 냄새, 그리고 여름 마츠리의 추억들. 일본 국적을 포기한다는 건 그 절반의 정체성을 잘라내는 것만 같았다.
"아니, 둘 다 지키고 싶어. 알아봤는데 '외국국적불행사 서약'이라는 걸 하면 한국에서도 이중국적을 유지할 수 있대."
유나의 눈이 반짝였다. 하지만 곧 근심 어린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 여권이 만료됐어. 그리고 일본은 이중국적을 허용 안 한다던데, 내가 한국에서 서약서를 쓴다고 해도 일본 정부가 가만히 있을까?"
유나는 딜레마에 빠졌다.
한국은
"약속만 하면 두 개 다 가지게 해 줄게"
라고 손을 내미는데, 일본은 "하나만 골라"라고 등을 돌리고 있는 형국이었다. 만료된 여권을 들고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지, 유나는 막막하기만 했다. 과연 유나는 두 개의 뿌리를 모두 지켜낼 수 있을까?
💡 문제 해결: "순서가 중요합니다. 여권 갱신부터 서두르세요!"
유나 양의 고민은 많은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한국 국적법상으로는 두 국적을 모두 유지할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국적법과의 충돌로 인해 주의가 필요합니다.
[단계별 해결 솔루션]
일본 여권 갱신 (최우선 순위): 외국국적불행사 서약을 하려면 '유효한 외국 여권'이 필수 서류입니다. 만료된 여권으로는 신청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즉시 주한 일본대사관(영사부)을 방문하여 여권을 갱신해야 합니다.
외국국적불행사 서약 (한국 측 절차): 일본 여권이 발급되면, 만 22세가 되기 전까지 관할 출입국·외국인청을 방문하여 '국적선택신고'를 하면서 '외국국적불행사 서약서'를 제출하세요. 이렇게 하면 한국 내에서는 외국인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겠다는 조건 하에 한국 국적과 일본 국적을 동시에 보유할 수 있습니다.
일본 국적법의 한계 인지: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국이 복수국적을 허용한다고 해서 일본도 허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은 원칙적으로 복수국적을 인정하지 않으며, 일본 국적법에 따라 일정 연령(만 20세)까지 국적을 선택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에서의 절차와 별개로, 추후 일본 정부로부터 국적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는 리스크는 인지하고 계셔야 합니다.
📝 서류 준비와 절차의 모든 것
복잡해 보이는 절차를 쪼개서 상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질문자님의 경우 만 19세이므로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만 22세까지 완료해야 합니다.)
🇯🇵 1단계: 일본 여권 만들기 (주한 일본대사관)
일본은 이중국적을 원칙적으로 불허하지만, 미성년자이거나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경우 일정 연령(현행법상 만 20세)까지는 보유를 인정합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여권 발급이 가능합니다.
장소: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영사부 (또는 부산, 제주 총영사관)
필요 서류:
일반여권발급신청서 (대사관 비치)
호적등본 (일본 호적, 6개월 이내 발급분)
사진 (4.5cm x 3.5cm, 6개월 이내)
현재 소지 중인 만료된 여권
신분증 (한국 주민등록증 등)
주의: 2022년 일본 민법 개정으로 성인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졌습니다. 이에 따라 국적 선택 의무 기한도 변경되었으므로, 대사관 방문 시 영사에게 현재 본인의 국적 보유 상태에 대해 정확한 상담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 2단계: 외국국적불행사 서약 (한국 출입국·외국인청)
유효한 일본 여권을 손에 넣었다면, 이제 한국 정부에 "저는 한국 사람으로 살겠습니다(단, 일본 국적은 버리지 않고)"라고 신고하는 절차입니다.
신고 기한: 만 22세가 되기 전까지
제출 서류:
국적선택신고서 (증명사진 1매 부착)
외국국적불행사서약서
일본 여권 원본 및 사본 (유효기간 남아있어야 함)
기본증명서(상세), 가족관계증명서(상세) - 본인 기준
부모의 기본증명서(상세) - 부모가 한국인인 경우
출생증명서 또는 일본 호적등본 (출생 시부터 복수국적자임을 입증)
주민등록증
절차: 하이코리아(HiKorea) 웹사이트를 통해 방문 예약을 하고, 관할 출입국·외국인청 국적과에 방문하여 제출합니다.
⚠️ 3단계: 일본 국적법과의 충돌 (현실적 조언)
한국에서 위 절차를 마치면, 한국 정부 입장에서 질문자님은 '합법적 복수국적자'입니다. 한국 출입국 시에는 반드시 한국 여권을 사용해야 하고, 한국 내에서 일본인으로서의 권리(외국인 등록 등)는 포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본 법은 다릅니다. 일본은 "이중국적자는 만 20세까지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합니다.
일본 국적 선택 선언: 일본 구청 등에 "일본 국적을 선택하겠다"고 선언하면, 일본은 "그럼 한국 국적을 포기해라"고 요구합니다.
현실적인 딜레마: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으면 일본 국적을 상실시킬 수도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실무적으로는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자발적으로 선택하지 않았다고 해서 즉시 국적을 박탈하는 사례는 드뭅니다. (이를 '노력 의무'라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음).
이 부분은 양국 법의 회색 지대에 있으므로, 일본 여권 갱신 시 대사관 직원에게 "한국 국적 포기 절차를 진행 중이다"라고 답하는 등 상황에 맞는 대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일본 법 대응은 일본 행정서사 등 전문가 조언 권장)
❓ 자주 묻는 질문 (Q&A)
Q1. 만료된 일본 여권으로는 절대 신청이 불가능한가요?
🅰️ 네, 불가능합니다. 🙅♀️ 한국 법무부에서 '외국국적불행사 서약'을 접수할 때, 해당 외국 국적이 실제로 유효한지 확인하기 위해 유효기간이 남아있는 여권을 요구합니다. 만료된 여권은 신분 증명 효력이 없으므로 반드시 갱신 후 신청해야 합니다.
Q2. 일본 여권을 만들면 일본 국적을 선택한 게 되나요?
🅰️ 아닙니다. 🛂 여권 발급은 국민으로서의 권리 행사일 뿐, 국적 선택 절차(Declaration of Choice)와는 다릅니다. 여권 갱신은 단순히 여행 증명서를 재발급받는 행정 절차입니다.
Q3. 외국국적불행사 서약을 하면 한국 군대는 가야 하나요? (남성의 경우)
🅰️ (질문자님은 여성이지만 참고용) 남성의 경우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병역 의무를 이행하거나 면제받지 않는 한 국적 이탈이 제한됩니다. 병역 의무를 마치면 외국국적불행사 서약을 통해 복수국적 유지가 가능합니다.
Q4. 만 22세가 지나면 어떻게 되나요?
🅰️ 큰일 납니다. ⏰ 만 22세가 지날 때까지 국적 선택 신고(외국국적불행사 서약 포함)를 하지 않으면, 한국 국적 선택 명령을 받게 되거나 한국 국적이 상실될 수도 있습니다. 반드시 기한 내에 하셔야 합니다.
Q5. 서약서를 쓴 후 일본에 갈 때는 어떤 여권을 쓰나요?
🅰️ 두 개 다 씁니다. ✈️
한국 공항 (출국/입국): 한국 여권 사용 (한국인으로 대우)
일본 공항 (입국/출국): 일본 여권 사용 (일본인으로 대우)
이것이 복수국적자의 가장 큰 혜택입니다. 양국을 비자 없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습니다.
지금 질문자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스피드'입니다. 일본 여권 발급에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보통 2~3주 이상), 내일이라도 당장 대사관에 문의하시고 여권부터 만드시길 바랍니다. 두 나라의 정체성을 모두 가진 것은 축복입니다. 그 권리를 현명하게 지켜내시길 응원합니다!